대학가 공동주거형 ‘쉐어하우스’ 인기 남소연 학생기자suwon1995@cbnu.ac.kr / 2014-03-24
[캠퍼스위크 = 남소연 학생기자] 아침부터 시작된 수업과 저녁으로 이어진 아르바이트가 끝났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선 집에서는 깜깜한 방과 차가운 냉기만이 지친 우리를 맞아주고, 몇 주 전쯤 집에서 가져온 밑반찬들은 '밥'이 아닌 ‘사료’가 되어 버린 지 오래. 아무런 대화 없이 컴퓨터 앞에서, 혹은 텔레비전을 켜놓고 멍하니 식사를 한다. 고독하지만 흔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최근 홀로 사는 외로운 삶을 벗어던지고,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의 가치를 되새기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쉐어하우스(Sharehouse)다. 쉐어하우스는 말 그대로 개인 방 이외의 거실, 부엌, 화장실 등 공동 공간을 함께 쓰는 주거방식을 일컫는다.
현관을 지나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용거실과 주방에서 옆집, 윗집, 아랫집 이웃들을 만난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저녁을 먹거나, 못다한 과제를 하거나 오늘 하루의 일과를 주고 받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쉐어하우스의 모습이다. 얼핏 하숙집과 비슷해 보이지만 하숙집 내의 규율이라든지 규율자가 따로 없이 구성원 간 최소한의 역할을 정해 생활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쉐어하우스는 각자의 삶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삶을 공유한다. @사진제공 '함께꿈꾸는마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를 만큼 점차 자신과 타인의 경계가 뚜렷해지는 요즘, 어떤 점이 이들을 자유라는 자신만의 집에서 나가게 했을까?
올해 처음 쉐어하우스에 입주한 허은미(홍익대 3) 씨는 “지난해까지 혼자서 자취를 했다”며 “물론 편하긴 하지만 주말에는 한마디도 못할 만큼 외로웠던 적도 있었다. 쉐어하우스에서는 각자의 생활공간을 침해받지 않고서 함께 사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입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유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기숙사를 살자니 경쟁률이 너무 세고, 원룸을 구하다 보니 보증금과 월세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내에서 얻을 수 있는 원룸의 평균 시세는 보증금 500만원, 임차료 50만원 선이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만만찮은 가격이다. 하지만 쉐어하우스의 방값은 월세 30만~50만 원 대 수준. 근처 원룸보다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공동구매할 수 있으니 더욱 저렴하게 생활할 수 있다. 2년째 쉐어하우스에서 살아온 조성희(연세대 4) 씨는 “얼마전까지 월세 50만원인 방에서 살았다. 창문도 없을뿐더러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곳에서 매달 많은 돈을 내려니 힘이 들었다. 방세 내는 날이 한 달 중 가장 스트레스 받는 날이었다”며 “쉐어하우스는 보증금이라든지 월세의 문턱이 낮기 때문에 적어도 주거에 관한 문제는 해결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혼자서 월세·관리비·식비 등을 부담하는 것보다 여럿이 나눠 내니 훨씬 비용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거주 환경 역시 더욱 쾌적하기 때문에 진정한 쉐어(share)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때로는 좋은 친구로, 언니 동생으로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이웃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쉐어하우스에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10여 명 내외가 모여 살고 있다. 여러명이 모여 사는 특징 때문에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다. 공동생활의 범위를 어디까지 열어 놓느냐를 두고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청소라든지 식사준비 따위의 문제들이다. 쉐어하우스 ‘함께 꿈꾸는 마을’ 조창희 대표는 “당연히 부딪히면서 살다보니 부딪힘이 없을 수는 없다.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하는데 서로 미루다 흐지부지 되버린다던가, 음식물 쓰레기를 잘 버리지 않는다던가 하는 소소한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런 갈등들도 얘기로 풀어가면서 사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누구에게나 이상적으로 꿈꿔온 ‘집’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비싼 땅 값에 위치한 아파트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으리으리한 외관을 자랑하는 단독주택일수도 있다. 하지만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사는 이들은 말한다. 집은 '소유'가 아니라 삶을 '공유'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혼자서는 행복해 질 수 없다고 말이다. <저작권자 © 캠퍼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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