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시니어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패션 브랜드 셀린은 2015년 광고 모델로 81세 미국의 유명 작가인 존 디디온을 발탁했고 생로랑 역시 72세 캐나다 포크록 가수 조니 미첼을 기용했다. '젊음'이 화두인 메이크업 브랜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랑스 브랜드 나스에서는 2014년에 71세 샬럿 램플링을, 로레알은 72세 영국 배우 헬렌 미렌을 선택했다. 2016년 우리나라에서는 60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경영전략 컨설턴트인 김용섭씨는 그의 저서 '라이프 트렌드 2017 적당한 불편'에서 붉은 닭의 해 2017년, 나이를 잊은 60대의 변신 즉 멋쟁이로 거듭나는 '뉴 식스티'를 예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60대 이상의 사람들을 시니어라고 명명하지만, 오늘날 60대와 70대는 좀 다른 호칭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지금의 60대는 이전의 60대와는 다르고, 70대와도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인으로 불리길 거부한다. 실제로 노인도 아니다. 여전히 젊고 건강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창 잘 나간 50대였고, 최근 은퇴자 대열에 합류한 그들은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교육수준이 높고 사회 참여의식도 높다. 그런데 문화가 그들을 먼저 알아봤다. 젊은 배우들의 전유물이었던 러브 스토리가 그 60대 중년들에게 주어졌고, 누구의 엄마나 아빠가 아닌 한 사람의 주연으로 열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연장자들은 매일 8시간 이상 되는 맹연습도 강행했다. 단단한 내공에 열정까지 더하니, 관객들은 '시니어벤저스(시니어+어벤저스)'를 안 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만들어졌고 국립극장에서 연극 '햄릿'이 올려졌다. 최근 '액티브 50+' 편집부로 10권에 달하는 2017년 트렌드 관련 책들이 도착했다. 트렌드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도 여럿 있었다. 그 중에서 '뉴 식스티'들에게 필요한 2017년 트렌드 키워드를 몇 가지 뽑아보았다. 내년이 그들의 예고대로 뉴 식스티의 해가 될 거라면, 그 누구보다 변화에 발맞춰야 하는 건 바로 그 60대들일 테니까. 그저 예순 언저리의 나이가 됐다고 누구나 '뉴 식스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다. 다시 한 번 세상의 주역이 돼 약진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제2의 청춘을 맛보길 원한다면, 변화의 무드에 과감하게 몸을 던져라.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띠의 해, 뉴 식스티들이여! 다시 한 번 날아보자. 아이디어 닥터 이장우씨의 '뉴 식스티 생활법' "과거 지식에 기대지 말고, SNS 눈팅해보세요" 53세의 나이에 퇴직 후 8년째 패션, 외식업계 등에서 아이디어 닥터라는 애칭으로 강사와 고문 일을 하고 있는 이장우씨. 처음에는 3M 아태지역 사업 본부장 이력을 살려 마케팅을 시작으로, 커피·치즈·맥주·초콜릿·여행 등 열댓 개로 전공 주제도 늘어났다. 그러기 위해 시간, 돈, 에너지도 적지 않게 투자했다. 그러다 보니 트렌드가 읽혔고 이전보다 지금 세상이 더 재미있어졌다. 이장우씨에게 변화의 시대, 뉴 식스티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현재 61세. 60대가 보는 뉴 식스티는? “몇 해 전부터, 업계에서 60대를 골든컨슈머라고 지칭해왔다. 그러나 현 60대는 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준비없이 여든을 맞은 세대다. 앞으로 빠르면 5년 후 60대가 되는 현재의 50대들이 소비력이 있고 멋쟁이인 골든컨슈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매년 달라지는 새로운 트렌드를 접할 때 느낌은 어떤가? “트렌드는 마라톤과 같다. 마라톤은 맨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이 가장 힘들다. 나는 트렌드 역시 따라가는 것보다 앞서가는 것이 훨씬 더 쉽고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 시니어들은 변화 자체에 익숙하지 못하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의 벽이 있다. 그렇다 보니 더 즐겁고 신날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을 놓치고 있다.” ―또 한 번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어떤 마인드가 필요한가? “예전에 알고 있던 지식에 기대지 마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지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카카오스토리, 인스타, 페이스북 등 뭐든 좋다. SNS를 시작해보라. 친구·자녀의 SNS를 시작으로 취향이나 특기가 유사한 사람의 SNS를 ‘눈팅(구경하는 것을 말함)’하라.” 액티브 시니어가 알아두면 좋을 '2017 트렌드 4'
1.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욜로 라이프’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디플레이션 시대로 진입하면서, ‘욜로 라이프(YOLO LIFE)’가 대세다. 욜로란, ‘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의 약자로 ‘한 번뿐인 인생, 지금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 김난도 교수는 2017 트렌드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욜로 소비는 충동구매와 다르다. 보통 여행이나 학습이 주요 콘텐츠를 이루고, 획일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움직이는 소비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단순히 물욕을 채우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이상향을 향한 실천이다. 순간순간을 즐기고 도전하며, 단순하고 명쾌한 가치를 쫓는 소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는 세계일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DS세계일주학교’를 선보였다.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 작가 즉 선배 여행자들의 지혜와 경험을 교훈 삼아 나만의 세계 일주를 준비하는 곳이다. 55세 이상 시니어를 위한 세계 최대의 교육 및 여행 지원 비영리 기관인 미국의 ‘로드 스콜라’도 있다. 21세 이상의 손주와 함께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 아재 개그 No, 노땅 개그 Yes 2016년 40대의 아저씨들 일명 아재들은 소위 ‘그들식 유머’로 열풍을 일으켰다. 아재에 이어 2017년에는 노땅들의 개그가 통할 것으로 보인다. 40대에 뒤질세라 60대들은 젊은이와의 소통의 끈으로 유머와 위트를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재미있게 사는 건은 몇 년간 계속되어온,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트렌드이다. 묵직하게 진지한 말 한마디 건너는 대신 다소 사람이 ‘실없어’ 보일 지라도 유머 한 소절은 젊은 세대와의 두터운 벽을 허물어줄 것이다. 출판 업계에서도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유머 코드의 책을 끊임없이 출간하고 있다. 유머의 고수 ‘멋지게 한 말씀’의 저자인 조관일 박사의 위기탈출 유머비법 ‘이기는 유머, 끝내는 유머’,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웃음법부터 배우라는 내용의 ‘웃음 혁명’이 바로 그 예다. 3. 낯선 이여 웰컴! 셰어하우스 어느 날 밖에서만 만나던 사람을 집으로 초대한다면 그것은 ‘나는 당신에게 이제 무장해제 됐다’라는 걸 의미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자신만의 사생활의 공간에 타인을 들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최근 셰어하우스가 인기다. 20~30대 1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도 ‘함께 꿈꾸는 마을’ ‘쉐어하우스 우주’ ‘보더리스 하우스’ 등 다양한 셰어하우스 업체가 등장했다. 셰어하우스는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은 공유하는 생활방식이다. 임대료나 월세 등을 다수가 나눠 분담해 경제적인 부담이 적다. 일정 부분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하기 때문에 외롭거나 힘들 때 서로 도움이 돼 젊은 싱글족의 새로운 주거 형태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식들을 해외 유학이나 결혼 등으로 독립시킨 시니어들과 20~30대 젊은이들의 셰어하우스는 윈윈하는 상생 협력이 될 것이다. 4. 고양이라는 소울 메이트, 캣 피플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1000만가구 시대가 됐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반려동물로 개는 지고, 고양이가 뜨는 것. 일본 반려동물사료협회에서도, 독일 동물전문협회 ZZF에서도 점점 고양이 양육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이탈리아, 러시아, 미국에서도 반려동물 선호도로 고양이가 개를 앞섰다. 물론 여전히 개가 고양이보다 훨씬 많은 개체수를 기록 중인 나라도 있지만, 매년 증가세를 놓고 볼 때 고양이가 압도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고양이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깨끗하고 조용하다. 자신만의 세계에 잘 빠진다. 개처럼 집 안을 활개치고 다니지도 않는다. 워낙이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논다. 이러한 고양이의 성향은 1인 가구의 증가, 혼밥과 혼술, 개인주의, 내향적인 취미 생활 등 오늘날 현대인의 습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2016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몸이 아플 때 보살펴 줄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1인 가구 중 61.9%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62.9%가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반려동물에 몸과 마음을 기대는 사람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알아둘 것. 이제 대세는 개가 아니라 고양이다.
황여정 시니어조선 기자 |